장성군에서 발간한 문화유적에는 병장산은 병봉산, 불태산은 불대산(佛大山)으로 나와 있다. 원래 장성군에서 사용하는 이름이 맞는데 후대에 어떤 연유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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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지만 산 이름이 바뀐 것 같다고 37년 산행경력의 불태산 마니아 김환기씨는 해석했다.
또 지형도에는 병장산이 병풍산으로 표기돼 있어 일제강점기에 주권을 빼앗긴 우리나라를 연상케 한다. 불태산은 아마도 80여 개 사찰이 있어 불심이 -
가득했던 데 연유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왜 그 많은 사찰들이 오늘날에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불태산 남쪽의 진원면은 조선 성리학의 6대가(율곡 이이, 퇴계 이황, 서경덕, 임성주, 이진상, 기정진) 중의 한 사람인 노사 기정진의 고산서원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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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태산 산신령이 점지해 비범한 아이가 태어났으나 부모의 실수로 장수가 되자 못한 장군굴에 얽힌 비극의 전설도 전해온다.
산줄기는 호남정맥이 추월산에서 내장산으로 내닫다가 도장봉 부근에서 남쪽으로 가지 친 지맥이 도마산, 투구봉, 병풍산을 일구고, 병풍산에 이르면 두 갈래를 친다. 북쪽은 송대봉과 장군봉으로 가고, 남쪽은 마운데미, 천봉, 불태산을 이루고 어등산까지 뻗어가다가 황룡강과 영산강에 가로막혀 여맥을 다한다.
물줄기는 서쪽은 장성호와 황룡강, 동쪽은 담양호를 통하여 영산강에 합수되어 목포 앞바다에서 서해에 살을 섞는다.
이번 산행은 전남북의 산꾼(전북산사랑회, 전주 선덕산악회, 광주 호남산우회, 오름산악회)들이 불태산의 유적과 향토문화에 관심이 많은 김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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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호씨의 고증과 안내를 받아 제1코스를 답사했다. 유탕리 서동에서 동쪽으로 눈을 돌리면 병장산과 불태산줄기가 말발굽처럼 한눈에 잡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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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안장 같은 마운데미 너머로 병풍산 투구봉이 두 귀를 쫑긋 세운 토끼처럼 다가온다.
동쪽 마운데미를 향해 시멘트길을 걷다가 소나무숲으로 들면 솔가루가 노랗게 수를 놓은 비단길에 상수도보호구역이란 팻말이 보인다. 여름철엔 입산금지다. -
선덕산악회 박영근 회장과 김종석 총무가 산행 길잡이인 리본을 갈림길과 헛갈리는 곳마다 매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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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서동 마을에서 마운데미로 오르는 길. / 2 병장산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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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쌓인 너덜길을 오르면 흰 페인트로 바위에 천씨(千氏)라고 써 놓고 화살표를 그려 놓아 호기심을 유발한다. 아마도 천씨의 묘소 가는 길인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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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분지를 지나면 잡목이 무성한 마운데미다(유탕리에서 45분 거리). 옛적에 장성을 넘어다녔다는 의미로 장성고개로도 불린다. 동쪽은 한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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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농장으로 이어지는 잘록이 사이로 병풍산과 삼인산이 얼굴을 내밀고, 남쪽은 천봉과 불태산, 북쪽은 병장산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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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이 마치 V자처럼 돼 있어 양쪽 산을 오르는 데 무척 힘이 든다.
헬기장에서 대산농장으로 가는 길을 만나면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아 잡목과 가시덤불이 옷을 잡아채며 앙탈을 부린다. 병풍산과 한재로 이어지는 임도와 도로가 한눈에 잡힌다. 코가 땅에 닿을 듯이 힘들게 고스락을 오르노라면 마치 지위가 높고 어른이 될수록 만고풍상을 가슴으로 삭여야 하는 인생여정 같다.
전망 좋은 바위에 서면 주변 산들이 첩첩이 다가오고, 곧이어 동쪽 한재에서 오는 길을 넓은 길을 만난다. 북풍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곳에 두 나무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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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를 엮어서 만든 천연침대가 나오자 김환기, 박영근, 양흥식씨가 그곳에 앉아 신선 흉내를 내며 좌중을 웃긴다.
작은 태극기와 빛바랜 안산의 김정길, 고산, 산부리, 맨발의 리본이 바람에 춤추는 병장산 정상에 닿으면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훌륭하다.(유탕리에서 -
1시간20분 거리). 동으로 병풍산, 남으로 천봉, 불태산, 삼인산, 무등산, 북으로 내장산, 추월산, 회문산, 백암산, 서로 장성이 한눈에 잡힌다.